개인적 리뷰/소설

[오블완 챌린지 3일차]서평: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할러데이 2024. 11. 9. 23:30

 

 

제목부터 강렬한 책이었다. 제목이 워낙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작품 자체도 베스트셀러에 유명한 반전을 가지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여 궁금하여 책을 읽어 보았다. 

 

이 책은 실은 픽션이 아니었다. 작가인 루루 밀러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여러모로 인생에서 슬럼프를 겪을 때, 인생의 절반을 바쳐 얻은 물고기의 표본이 지진의 여파로 모두 박살이 났을 때, 꿋꿋이 다시 물고기의 표본을 모으고 정리하였던 스탠퍼드 대학교 초대 학장이었던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 을 영웅으로 간주하여, 그가 어떻게 고난을 극복하였는지 알기 위하여 그의 인생을 따라가는 논픽션 에세이였다. 

초반에는 이 점을 몰라서 이 이야기의 사실상 주인공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도 다윈 모티브의 가상인물인 줄 알고(그도 그렇기에 중간에 갑자기 너무 변화구처럼 이야기가 바뀌는 부분이 있어서.....) 작가 본인이  비유의 차원에서 스스로 우주에 빠진 것 같다고 묘사할 때, sf 소설로 작가가 진짜 우주에 있는 컨셉인 줄 알고, 새로 만나는 여자친구는 인어가 되는 줄 알았다(.......)

 

아무튼 초반에는 그대로 전형적인 그의 위인적 연대기를 따라갔다. 본래 그는 어릴 때부터 수집을 좋아했고, 섬에 가는 귀중한 기회를 얻어 수많은 물고기의 표본들을 모아서 이름을 붙여줬으며 나중에는 후원을 받아 스탠포드 학장이 된다. 그러면서 어릴 때는 병으로 사랑하는 형을 잃는 고난을 얻고, 첫 아내도 잃고, 학장 생활에서도 후원자와 갈등을 빚었으며 지진으로 그가 모은 표본이 모두 박살나는 것은 그의 역경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인생의 슬럼프를 겪던 주인공은 그가 어떻게 이런 시련을 극복하나 알아보기 위하여 그를 연구하였다. 그것은 바로 그의 의지였다. 고난이 연속하던 그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럴 때마다 일어나는 스스로에게 오히려 낙천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인간 의지에 대한 찬양하는 의지 예찬론자가 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훌륭한 자기계발서 같은 얘기이며, 위인전의 엔딩으로 끝날 것만 같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 낙천성,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거짓말의 이야기 이후 책의 전개는 반전된다. 그는 후원자와 갈등을 빚자 좀 더 우호적인 새 후원자가 들어서길 바라며 자신이 아는 물고기독을 사용하여 후원자를 독살하였고, 도덕적으로 문제 많은 간통자인 동료를 옹호하기 위해 피해자를 묻었으며, 진화론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이 너무 강력하여 이를 더욱 발전시켜 우생학에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우생학적 근거에 따라 수많은 인간들을 불임시키며(소위 안 좋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 과거 자신의 형과 같은 사람들을 불임자로 만들었다. 이 부분부터 작가는 영웅 신화에서 벗어나 영웅 신화에 가려진 사람들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만든 불임 피해자들이 서로 살아가는 모습을 취재하며 그가 '의미'를 두지 않은 사람들에게 집중하게 되며 과거 작가의 아버지가 말하였던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의 의미를 진정하게 깨닫게 된다. 번뇌와 의미를 찾으려는 목적을 그만둔 작가는 결국 스스로와 일상의 중요성을 알게되며 여자를 좋아하는 자신을 긍정하며 새 애인을 찾고, 행복해지게 된다.

 

마지막 장에서 작가는 실은 과학적으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 분류임을 밝힌다. 물고기를 물고기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가 다 같은 땅에서 산다고, 인간과, 벌레들과 악어를 다 '땅고기'라고 부르는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학장을 살해하면서, 인간들을 불임시키면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복원하려던 애썼던 '물고기'는 실은 없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보수적인 모든 가치-긍정적인 자수성가, 애국, 이런 신념이라도-를 싫어하는 나에게 이런 책은 너무나도 좋았고 더불어 이런 책이 사람들에게 널리 읽혔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였다. 한국사람들은 실은 누구보다도 자수성가, 자기계발 신화에 빠진 사람들이 아닌가.

어릴 때는 영웅이 좋았지만 커서 영웅이란 개념은 다른 사람들에게 환상과 사례로서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지금은 개인적으로 매우 경계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위인전 등에서 주목하는 영웅 서사나 신화나 너무나 까딱하면 반전되어 파시즘의 요소가 되기 너무 좋다고 느꼈었다. 그리고 책이 다루는 데이비드 조던 스타가 딱 그 예시 아닌가. 자기 의지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너무 커서, 타인의 자유를 뺏는 자신까지 긍정하고 말았다. 

오늘도 의미있거나 가치 있는 일을 행하지 않으면, 스스로 삶에 대해 실패했다고 생각하나는 한국인들이 해당 책을 많이 읽어서, '우리는 생각보다 의미가 없다.' 라는 것을 각인하고 존재 그 자체로서 의의가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하루이다.